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라디오를 들었다. 이문세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강의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정신없었는데, "최", "자살", "대스타".. 등등의 단어가 들리는거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최진실이 자살했단다. 이게 정말 사실인가... 놀라서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안재환의 장례식장에서 울던 사진을 본 게 얼마되지 않았는데...씁쓸했다. 그렇게 죽는게 주변사람에게 얼마나 큰 아픔인지 느껴봤으면서 왜 그랬을까. 그 유명한 "최진실"이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될 줄이야. 이건 그녀한테 어울리지 않아. 이문세가 아침 방송하면서 대략 이런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대스타는 자기 마음대로 죽어도 안되는거 같다.> 나의 이런 기대도 부담이었을지도..

  

  루머를 파도에 비유하자면, 최진실은 그간 수많은 파도를 넘어왔다. 근데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도 이번 사채설 루머만큼은 넘기 힘들었나봐.  마지막 파도에 결국 잡아먹히고 말았다. 얼마전에 루머 유포 용의자로 한 증권사 여직원이 잡혔는데도 그 분을 다 풀지 못했나보다.

  갈등을 해소하는건 간단하다. 외적으로 해결하거나 내적으로 포기하면 된다. 다시 말하면, 갈등을 일으킨 녀석을/무언가를 소멸시키거나 나 자신이 그걸 갈등이 아니라고 생각하게되면 된다. 일반적으로 본능적인 자기방어기제에 의해 전자를 택하게 되고, 그게 뜻한대로 되지 않을때 후자를 택하게 된다. 근데 최진실은 돌연변이 해결책 - 내적으로 해결해버린 - 을 선택했다. 차라리 그게 쉬웠다고 생각한걸까. '왜 그랬을까'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던'걸까. 사람들의 수근거림, 해결하기도 무시하기도 쉽지 않으니까....

  

  목숨말고 포기할 수 있었던게 있었는데. (혹자는 돈을 언급하지만 어쨌든.) 시선, 관심, 인기, 명성... 그녀에겐 이런 것들이 어느덧 자신의 생명 이상으로 중요해졌나보다. 삶의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앞에서 나열한 것이 답이겠다. 그럼 거꾸로,그런게 위협받으면, 파괴된다면 삶의 목적은 사라지게 되는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삶 자체는 목적없는 유희가 될 수도 / 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생즉사, 사즉생이라고도 했고, 무소유를 통한 소유가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사는게 답답해서 - 정말 답답해서 아무것도 안보인다면 버리는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군대를 갈까 정말 많이 고민했던것이고.

 

버려라, 얻을 것이다. 최진실은 생명을 버렸다. 어쨌든, 그녀는 안식을 얻었다. 이해하지만 동조하기엔 저어되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른 것을 버렸으면 좋았을것을....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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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15:39 2008/10/02 15:39
나.
from miscellany 2008/09/24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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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난 나에게 나는 누구냐고 묻는다. 특히, 너무나도 달라지는 나를 볼 때엔. 자문해도 이 나가 그 나였나.. 라는 이질감이 드니까. 예전엔 어렴풋이 느끼기만 했는데.. 요즘들어선 확신이 선다. 나는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서 기분이나 태도, 관점과 취향들이 많이 결정되는 듯 하다. 

 

엘프가 숲을 걸으면 그는 나무가 된다. 인간이 숲을 걸으면 오솔길이 생긴다. 엘프가 별을 바라보면 그는 별빛이 된다. 인간이 별을 바라보면 별자리가 만들어진다. - 이영도, <드래곤라자> 가운데.

  물론, 나는 남 못지않게 - 아니, 남보다 더 제멋대로 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엘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겠지만, 그와는 별개.. 가 아닐까, 또다른 나로 변신한다는 것은. (변신이라기 보다는 동화同化가 적합할지도.)

  가끔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정말, 진짜의 나는 누구일까. 수많은 나는 진짜일까. 이 주제에 대해서는 <드래곤라자>에서 다뤘었지- 나는 단수가 아니다. 그래. 하지만 복수도 아니지, 내가 군령자도 아니고.. 진짜의 나란건 있긴 한걸까. 하지만 이런 소리를 두들기고 다양한 내면의 나를 느끼는 내가 진짜라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확정성원리나 (초끈이론에서 언급된) 세계의 스케일을 논할 때 느꼈던 매혹적인 이중성이야. 키탈저 사냥꾼의 저주처럼..

  사실, 무섭다기보다도 즐겁다. 이런 모습의 나도 있구나- 알게 되는건 마치 새로 출판된 책을 읽는 느낌이다. 어제 간 미장원에서 7월 말의 나를 기억하며 9월의 나를 알아보던 인턴을 볼 때도, 떨어뜨린 샤프를 주워 주면서 3년만인가 말을 처음 건네 본 사람을 마주할때도. 책이 단편이긴 했지만, 확실히 그건 이전에 읽어본책이 아니었지. 좋았어. :)

  괴로운 일이 없는건 아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수 많은 꿈과 희망 그리고 유연한 일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게 송두리채 깨져버리기도 한다. 오래 전의 기억과 습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기도,  또는 닮고 싶지 않다고 외치면서도 닮아버리기도. 이건 정말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내가 누군지 모르지만, 이건 아닌거 같아- 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건 끔찍하고, 비참하다. 

 그럴때면, 난 자책하곤 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물들임 당하게 되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지.. 나의 정체성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걸까. 

  생각을 조금 바꿔보니 간단했다. 내가 마음에 들게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를 만들면 되는거다.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게 바꾸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더라도 (마음 속에서) 치워놓는게 맞는거 같아.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서 그러는데, 이 말은 씁쓸한 충고를 받아들이는거랑은 또 다른 이야기다.) 너의 모습으로 나를 판단하는 모양이, 동시에 나의 모습으로 너를 판단하는 상황이 퍽이나 웃겼다. 사람들을 나의 모습을 보고 판단하다니. 이거 완전 나르시즘아냐?

 어쨌든, 다시는 이런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다. 이 때의 난 너무나도 싫었어.

 

 

BGM : 브로콜리 너마저, <앵콜요청금지>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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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4 02:27 2008/09/24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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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from miscellany 2008/09/07 01:31
  순환이라고 글 제목을 붙이는 게, 바른 걸까. 나는 자기 전에 항상 책을 읽는다. 방에서 시간이 남을 때도 그렇고.. 다만, 읽는 책의 지은이가 모두 이영도씨라는거. 보통은, 그가 썼던 순서대로 드래곤라자-퓨쳐워커-폴랩-눈마새-피마새를 읽는다. 그의 단편들은 양념으로 순서에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읽고... 저 목록 가운데에서 폴랩과 피마새는 특히 많이 읽었는데. 사실, 처음 읽었을 때는 D/R이나 눈마새를 더 좋아했지만, 읽는 사이클이 반복될수록 폴랩과 피마새에게 끌린 거다.

  피마새를 읽던 지난주였다. 피마새를 다섯 번은 훌쩍 넘게 읽고 있었지만, 여전히 승천한 티나한과 해몽서를 쓰는 비형의 이야기가 고사처럼 인용되고 있었다. (피마새 세계에서의) 지금에 비해서는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그래서 명쾌했던 코네도와 세미쿼 또한 언급되었다. 갑자기 그들이 그리워졌다. 그들이 살아 숨쉬던 시간이 보고 싶었다.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도덕한 엘시의 남은 이야기를 서둘러서 읽고, 눈마새의 첫 장을 핀 것이 엊그제다.

  읽다보니 느껴졌다. D/R과 눈마새, 그리고 폴랩과 피마새의 차이. 조악하나마 단순화하자면 세계와 맞서는 것이 '영웅'인지, '조직'인지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삶이 다르듯.... 카이사르는 영웅적인 플레이;로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기반을 만들었고, 아우구스투스는 체제를 정비하고, 그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람들을 기만하고 배후 조종을 하는 플레이로 제정의 뿌리를 내렸지. 카이사르가 호쾌한 맛이 있다면 아우구스투스는 음.. 표현할 마땅한 방법이 생각 안나네. '아는 사람은 아는' 즐거움을 주잖아.

  각설하고, 피마새의 입장에서 보면 눈마새의 이야기는 하나의 '신화'다. 신화란 건, 보통 전례(前例)가 되는 법이라 신선한 느낌도 들고. 전반적인 긴장감과 흐름의 전개는 어쩌면 더 시원시원 할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꼬장꼬장 '현실'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잖아? 그거 마음에 드네. 내 취향이란게 점점 다듬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내 취향 또한 어떠한 루프를 순환하고 있는게 아닐까.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두 취향이 더 이상 합쳐질 수는 없지만, 같이 있으니까... (마치 진동하는 끈처럼?) 이거 잘못하면 양비론이 되겠지만! 그거랑은 분명히 다른거다. 둘 다 좋지만 말하는 '지금' 내가 손들어 주는 건 '더' 좋아한다고 입장 표명을 할 수 있으니까?

매너리즘의 냄새가 약간 배어 있는게 꺼림찍하지만, "영웅"이 끌리는 지금의 취향아, 반갑다. :)




p.s. 핵심? 그런거 없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싸지른-_- 글이니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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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7 01:31 2008/09/0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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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miscellany 2008/08/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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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서 휴가를 보내던 나날의 일이다. 몸이 찌뿌둥해서 심심풀이로 갔던 가양공원에서 알지 못하는 언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발견했다. 공원에서 운동하기엔 너무나 무더운 한여름의 하오라 마침 다행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따라 마냥 걸었다. 어디로 향하는지, 어디까지 갈 것인지도 정하지 않은 채.

  하염없이 걷다 보니까 길가에 난 꽃들이 보였다. 종종 봤었지만 아직도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 알려고 하지 않았던 꽃. 단출하지만 정갈하고 색이 깔끔한 게 은근히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쁘구나- 생각하고 지나가는데 언젠가부터 산책로를 따라 듬성듬성 계속 나타나는 거다. 꽃송이가 작아서 홀로 두는 것보다 다발이 예쁠 거야. 걷다 보니 언덕 기울기를 두 번 미분한 값이 0이 되는 지점까지 왔다. 그곳에는 마침 나무 그늘이 있길래,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꽃을 꺾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그때였다.

  내려오면서 꽃을 모아댔다. 모양이 온전하고 싱싱해 보이는 녀석들로만 골랐다. 꽃집에서 손가락으로 가리켜 고르는 거랑은 많이 다른 즐거움이었다. 공원이 보일 무렵엔 왼손에는 제법 풀향기가 배어 있었다. 집에 돌아가서 잎사귀를 좀 따고 줄기를 다듬어서 묶어놓았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니 두근거렸다.

  한 낮의 강한 햇살을 피해 집으로 돌아와서야 꽃다발을 보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연약한 꽃들에게 여름의 빛과 열은 너무나 큰 고통이었나 보다. 다들 연구실에 처박힌 채로 더위먹어 지쳐 쓰러진 얼굴들을 하고 있었어. 숲 속에서는 그렇게 아름다운 얼굴이었던 녀석들이... 내 손을 타더니 생기를 잃어버렸어. 화려하진 않지만 파릇파릇한 모습이 너희의 매력인데. 그래서 아무것도 없을 그 방이 더는 외롭지 않게 해주고 싶었는데.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한참이나 담가보았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나마 느꼈던 즐거움이 허탈함이라는 녀석으로 탈바꿈해서, 그리고 몇 배나 커져서 돌아왔다. 나는 거실에 누워서, 잤다.

 오늘은 2008년 여름,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오늘도 별 생각 없이 일어나서, 씻고, 옷을 입고 나서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에 이 꽃을 다시 만났다. 그때만큼 싱그럽진 않았지만, 그때보다 차분하고 조용히 아름다웠다. 난 꽃을 꺾는 대신 사진기를 찾았고 이렇게 담아두기만 했다. 하지만 너만큼은 내 옆에 잡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과관계가 안 맞잖아, 꽃은 담아두기만 한다면서. 이런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어떻게 튀어나왔는지 당최 모르겠다.

끝.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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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4 18:16 2008/08/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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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의 새벽도 마치 지금처럼 다시 잠에 들지 못해 힘든 시간이었다. 피로가 잠깐의 눈붙임으로 쉬이 가실 리 만무하지만, 축제가 끝나고 남겨진 자에게 돌아오는 공허함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포항에서 유지하는 얄팍한 인간관계에 익숙해진 나에게 여덟이나 되는 친구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건 소화하기 어려운 자극이었나 보다.  반나절도 채 되지않는 시간이었지만 칠 년 전 학습실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이지만 , 홀로 남은 나는 너무나 힘들어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자리에서 뒤척이다가 창 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초점도 맞추어지지 않은 풍경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내고 있었다. 받아들이고 흘려보낸 것이 비단 풍경만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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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그 사람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어왔다. 내가 부른것도 아닌데, 생각나야 할 이유도 없었는데. 그 사실이 하염없이 슬펐다. 슬퍼할 일은 아니었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 서글퍼서 (그래, '서글퍼서'란 단어 밖에 어울리지 않아.) 차갑기만 한 새벽의 유리창에 이마를 기대었고, 까닭 없는 눈물에 아이러니를 느꼈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주저앉아있다가 지금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글로 남겨야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기를 꺼내 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무상함을 저장했다.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은 사진들을 보고있자니 탈피한 매미 애벌레의 껍데기를 보는 느낌이다. 복받히던 서글픔은 박제가 되어서 남아있을 뿐이다. 알 수 없는 갑작스런 감정의 소실은 이해 되지 않던 눈물의 당연한 귀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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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는 일주일이나 지난 일을 지금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서글픈 감정의 알맹이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만 무언가는, 그날의 새벽이 내게 준 무언가는 오늘의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해서 지금까지 글을 엮어낼 수 없었다. 방금까지도 망설였지만, 어찌되었든 더 이상 도망다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글을 쓴다. 글로 쓰면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바람을 가지고- 다행히도 조금은 지난 새벽의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지난 새벽에 느낀 건


실.

아무래도 두 글자로는 부족하다. 내가 너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잃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를 처음으로 마주보게 되었고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 아냐. 그게 아냐. 더 이상 피하기 싫었다. 끝까지 피동이었이면 했지만.... 내가 흘리던건 겁에 질린 아이가 마냥 울어대는 거랑 다르지 않았을거야. 낯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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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매력은 달빛이 준 감정들을 눈치채지 못하게 잘 숨겨주는 데에 있다. 이 쯤 되면 마력(魔力)인가. 버스는 달리고 달려 익숙하지만 정은 없는 이 곳에 나를 내려줬다. 습관처럼, 내가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는 곳으로 묵묵히 돌아왔고 뜨는 해를 봤으며 수없이 그래왔던 것처럼 지난 밤의 눈물은 어디론가 숨어들어갔다. 저장했던 마음들을 성공적으로 따돌리고 있을 무렵,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다만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고. 하지만 나를 이해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은 배려없는 행동들을 더 이상 웃어넘기고 싶지 않아. 나도 너에게 그랬겠지만, 그래도 노력했었어. 인정받고싶었고. 그동안 꾹꾹 담아두었던, 그리고 의식적으로 무시했던 마음의 행보를 더이상 막기 싫었다. 힘에 부쳤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내렸다.


이젠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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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05:36 2008/07/01 05:36
  지난 금요일, 경북대 축제에 갔다. 대학에 들어온 지 7년이나 되었지만, 다른 대학의 축제에 가 본 적은 없었다. 어차피 토요일에 대구에서 오현이형 결혼식이 있었기에, 경대 축제 놀러가자는 협제형의 꾀임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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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oh GRD2. 경대 민주광장, 대구. May. 2008





  오늘의 연예인은 브라운아이드걸스. 사실 얘네 노래는 hold the line 밖에 몰랐기 때문에, "대단한" 관심까진 없었다. 하지만 축제행사의 끝에 나왔기 때문에, 그때까지 춤추고 놀았던 아마추어에 비해 프로페셔널은 얼마나 다른지 그게 궁금했다.
  하지만, 제정신으로 브라운아이드걸스를 볼 수는 없었다. 왜냐고? 제정신이 아닌 일부의 관객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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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공연 시작 무렵의 상황.




처음엔, 그러니까 연예인이 나오는게 아니라 저녁 공연이 시작할 무렵엔 민주광장에 설치된 무대 앞에 사람들이 죽- 앉아있었다. 그리고 강당 계단에서부터는 앉아서 보거나 서서 보고 있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연예인을 보기 위한 집념인지 뭔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서서 보는 사람들이 저녁 공연 초기에 비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앉아있는 사람 왼쪽으로는, 공연 시작 무렵에는 유입되는대로 앉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서서 보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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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G등장. 무개념들의 대 러쉬.




  그러다가,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대 앞에서는 (대구시 안에서 취미활동을 위해 조직된 모임 사람들인것 같은) 사람들이 공연을 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앉아있는 사람 기준으로 왼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우르르- 무대를 생까고 길을 통해 몰려간다. 공연 에티켓 없는 인간들. 공연하던 사람들한테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무대에 올라왔을땐 더했다. 왼편에 서있던 사람들이, 연예인 가까이에서 보자고 앉아있는 사람들 쪽으로 마구 침투했다. 무대 앞쪽으로 침투해 들어오니, 왼편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점점 무대 왼쪽 앞 라인이 무너지자 무대 왼쪽 뒤는 자연스럽게 무너지게 되었다. 오른편은 질서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었으나. 왼편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강당 앞에 앉아있던 어린 중/고딩들 몇몇이 앞을 향해서 앉으라고 앉으라고 소리쳤지만 나이 잘 쳐 먹은 대학생들은 당최 그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 아래 사진은 그 때 강당 앞 쪽 혼란을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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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oh GRD2. 경대 민주광장, 대구. May. 2008



  게다가, 행사관리요원이 그랬는지는 몰라도 무대 앞 안전라인을 개방했다. 그러니까 서 있던 사람들의 러쉬는 더욱 대담해졌다. 그러니 침투했던 사람들, 일어서게 된 사람들의 이동이 대규모로 일어나게 되었고 급기야 오른편의 사람들도, 생긴 빈공간으로 밀고 들어오게 되었다. 무대에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올라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볼 정신이 아니게 되었다.

  앉으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만갔다. 앞으로 갔던 원래 앉아있던 사람들은 하나씩 앉기 시작했다. (오른편 앞부터 앉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침투한 사람들 (왼편 앞) 은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하긴, 말을 들어먹었으면 첨부터 저러지 않았겠지. 같이 갔던 협제형이 앞 사람들한테 앉으라고 이야기했더니 오히려 꼴아보는 어처구니 없는 무개념 행동을 보이기까지한다. 결국 도미노처럼 앉(아보려)던 사람들은, 끝끝내 앉지 않는 사람들 - 왼편에서 침투한 사람들. 좋다고 핸드폰 들고 지랄 중이었다. - 로 인해 다시 일어나게 되었다. 난 결국, 4명의 멤버 중에서 왼편 두 사람을 보는걸 포기했다. 이 상황이나 찍어보자고 카메라를 높이 들었다. 아래 사진은, 도저히 내 시야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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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oh GRD2. 경대 민주광장, 대구. May. 2008



  이 난동의 일등공신은 역시, 오로지 연예인한테만 관심있던 왼편의 서있던 (침투조) 사람들이다. 청중으로서의 예절 따위는 완전히 무시했고 게다가 다른 청중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었다. 마치 NIMBY족들처럼, 내 땅만 재개발 되면 장땡이라며 닥치고 뉴타운 공약 남발하는 사람을 뽑아준 유권자처럼.
  하지만 그 사람 못지않게 책임이 큰 건 행사진행요원들 (자봉단이라 부르던데.) 이다. 그들에게 어지러운 상황을 타개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지만 삽만 떴다. 우선 초기에 침투하는 사람들을 전혀 막지 않았다.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지시키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침투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은 앉아있던 사람들의 혼란까지 초래했다. 둘째로, 무대 앞 안전라인을 개방한 행동이다. 행사진행요원은 문제를 아주 얕고 단순하게 판단했다. 서로 연예인을 볼려고 몰려들어서 공간이 없으니, 공간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그 상황에서의 문제는 공간이 없어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침투한 일부의 사람들로 인해 앉아있던 사람들의 "시야가 가렸다"는 거다. 행사진행요원들의 안일한 대처는 오히려 사태를 확장시켰다. 앞쪽에 생긴 공간으로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어나게끔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동한 사람들로 인해 빈 공간이 연쇄적으로 생겼기 때문에 오른쪽에서 얌전히 보던 사람들까지도 혼란의 도가니로 밀어넣게 되었다. 셋째로는 앉으라는 목소리가 커져서 사람들이 점차 앉으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조차 행사진행요원들은 전혀 질서관리를 하지 않았다. 앉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혼란을 겪고 그것이 좋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더욱 (서서 시야를 가리던) 사람들을 관리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조차 소수의 사람들을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앉던 사람들도 다시 일어나게 되었고, 앉으라는 주변의 외침을 공허하게 만들어버렸다.
  서울대에서 원더걸스로 인해 부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금요일 행사 며칠 전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건 행사진행요원의 무능함과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줬다. 게다가 축제 마지막날이었는데. 축제 동안에 여러 연예인들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땐 문제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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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oh GRD2. 경대 민주광장, 대구. May. 2008





  브라운아이드걸스 무대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잽싸게 자리를 뜬다. 축제는 끝났다- 선언도 하지 않았는데 볼 거 다 봤다고 자리를 뜬다. 이거.. 교수님 강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방 다 싸고 나갈 준비 하는거랑, 상대방한테 내가 궁금한 것은 다 물어보고 상대방이 물어보는건 다 생까는거랑, 열린음악회 등 행사에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공연만 보고 우르르 나가버리는거랑 다른게 없지 않아? 엄연히 주(主)는 경대 축제고, 객(客)은 연예인 출연이다. 설사 연예인이 보고 싶어서 온거다.. 그래도, 행사진행을 엉망으로 했다.. 그래도 주를 존중해야지. 입장바꿔서, 당신들이 이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했다고 생각해봐. 그렇다면, 마지막 인사를 들어주는 것 정도는 아주 간단한 에티켓 아닌가? 사람들, 정말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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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oh GRD2. 경대 민주광장, 대구. May. 2008





  학생 대표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관객들은 이미,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등장했을때 밀려오던 속도 이상으로 사라져버렸다. 말이 잘 들리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축제에 안어울리는 주제로 이야기하는거 같긴 하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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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oh GRD2. 경대 민주광장, 대구. May. 2008



어쨌든, 사람은 빠져나가고 노래는 나오고 모인 사람은 모여있는 와중에 불꽃은 하늘로 퍼져만 갔다. 사람이 이기적 동물인거는 맞지만, 이걸 바꿀려고 하는 건 자기부정이므로 말이 안된다는 걸 알지만1 그래도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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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언하자면, 그건 인간의 본성이고 달려들어 보고 싶은 생각 안해본 건 아니니까. 그러지 말아야 겠다는데에 가치를 둔거니까.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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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8 09:53 2008/05/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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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crotia Bitter! 정말 내가 꿈에도 그리던 맥주다. 이 맥주와는 사연이 있다. 내가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사먹었던 맥주거든. ㅎㅎ 학교에서 보내 준 호주 멜번에 1개월 어학연수를 갔을 때 홈스테이를 했었는데, 해가 지고 나면 도무지 할 게 없었다. 같이 머물던 성훈이랑 이야기를 하거나 가지고 간 이문세, 김윤아 테이프를 듣거나 참 심심했지. 멜번 생활도 중반이 넘어가자 무료하기도 하고 그래서 호기심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그냥 눈에 띄던 이 녀석을 사왔다. 그리고 방 문 걸어잠그고 홀짝홀짝. ㅎㅎㅎㅎ 그 때 내 나이가 열아홉, 만으로 열여덟이었으니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해서 더욱 맛있었다. ^^;;; 하루에 한 캔 정도? 확신 할 순 없지만, 12캔 이상 마시진 않았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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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인 음주 생활이 시작되었다. 새터부터 시작해서 과모임, 분반모임, 경곽모임... 줄줄이 술자리들. 하이트 카스 오비 카프리 부터 시작한 맥주 경험이 점차 발전해서 버드와이저 코로나 호가든 미키 디아블로 기네스 등등으로 수없이 진화해갔다. 점점 해외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난 예전의 좋은 기억도 있고 그래서 VB를 찾았다. 근데, 다들 없다, 모른다는거다. 호주 맥주? 그러면 포스터? 그러기 일쑤. 마신 지 6년이 지난 2008년이 되어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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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오늘 홈에버에서 뜻하지 않은 발견을 했다. 그냥 구경삼아 맥주코너를 지나가는데 익숙한 색, 글자가 보이는거다!
VB! VB! VB!!!!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나는 몹시 큰 소리를 외쳤고, 당장 쓸어담았다. ㅋㅋ 다이어트 중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Victoria Bitter를 너무나 좋아했거든. 6년 동안이나.

술맛을 좀 알게 된 지금 마셔봐도 확실히 맛있다. 잠시.. '신의 물방울' 흉내를 내보자면, VB는 참 따스한 맥주다. 포근하고 부드럽다. 그렇다고 탄산이 밋밋한 건 아니다. 필요한만큼 혀를 자극하면서 포근한 가운데 청량한 느낌을 준다. 뒷맛은 정말 부드럽다. 마치, 아이스크림이 입 안에서 녹아 사라지는 것처럼- 딱 내가 좋아하는 느낌.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정말, 정말 행복하다. ^^ 내 취향의, 최고의 맥주 선정!!!! 홈에버, 사랑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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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랑 오이를 안주 삼아 홀짝이는 중이다. ㅎㅎ 부록으로, 내가 좋아하는 맥주 / 마시고 싶은 맥주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순서는 아무 의미 없다.)

1. 코로나. 얘는 그냥 마시면 별로고, 항상 레몬 퐁당 시켜서 먹어야 한다. 그러면 정말 최고의 조합.
2. 필스너 우르켈. 프라하 여행가서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