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난 나에게 나는 누구냐고 묻는다. 특히, 너무나도 달라지는 나를 볼 때엔. 자문해도 이 나가 그 나였나.. 라는 이질감이 드니까. 예전엔 어렴풋이 느끼기만 했는데.. 요즘들어선 확신이 선다. 나는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서 기분이나 태도, 관점과 취향들이 많이 결정되는 듯 하다.
엘프가 숲을 걸으면 그는 나무가 된다. 인간이 숲을 걸으면 오솔길이 생긴다. 엘프가 별을 바라보면 그는 별빛이 된다. 인간이 별을 바라보면 별자리가 만들어진다. - 이영도, <드래곤라자> 가운데.
물론, 나는 남 못지않게 - 아니, 남보다 더 제멋대로 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엘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겠지만, 그와는 별개.. 가 아닐까, 또다른 나로 변신한다는 것은. (변신이라기 보다는 동화同化가 적합할지도.)
가끔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정말, 진짜의 나는 누구일까. 수많은 나는 진짜일까. 이 주제에 대해서는 <드래곤라자>에서 다뤘었지- 나는 단수가 아니다. 그래. 하지만 복수도 아니지, 내가 군령자도 아니고.. 진짜의 나란건 있긴 한걸까. 하지만 이런 소리를 두들기고 다양한 내면의 나를 느끼는 내가 진짜라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확정성원리나 (초끈이론에서 언급된) 세계의 스케일을 논할 때 느꼈던 매혹적인 이중성이야. 키탈저 사냥꾼의 저주처럼..
사실, 무섭다기보다도 즐겁다. 이런 모습의 나도 있구나- 알게 되는건 마치 새로 출판된 책을 읽는 느낌이다. 어제 간 미장원에서 7월 말의 나를 기억하며 9월의 나를 알아보던 인턴을 볼 때도, 떨어뜨린 샤프를 주워 주면서 3년만인가 말을 처음 건네 본 사람을 마주할때도. 책이 단편이긴 했지만, 확실히 그건 이전에 읽어본책이 아니었지. 좋았어. :)
괴로운 일이 없는건 아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수 많은 꿈과 희망 그리고 유연한 일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게 송두리채 깨져버리기도 한다. 오래 전의 기억과 습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기도, 또는 닮고 싶지 않다고 외치면서도 닮아버리기도. 이건 정말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내가 누군지 모르지만, 이건 아닌거 같아- 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건 끔찍하고,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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