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ndy Skoglund (1946~ )
오랜만에 서울을 올라가게 된 김에 사진전을 하나 보고 싶었다. 전시 정보를 찾아보니 갤러리 뤼미에르에서 열리는 William Klein의 'Life is Art, Art is Life' 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포클에서 좋아하는 작가분의 프로필이 이 사람의 사진이라 몹시 끌렸다. 하지만 예진이랑 가게 되는거니 이 전시회를 가면 나만 즐기다 오게 되는건 아닌지.. 좀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거저거 찾아본 결과, 공근혜 갤러리에서 열리는 Sandy Skoglund 개인전을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시간과 여유가 되면 William Klein의 전시회도 가고 말야.
공근혜 갤러리는 안국에서 내려 청와대쪽으로 걷다보면 나온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아담하게 잘 꾸며져있어서 아름다웠다. 분위기도 좋았고말야. 가볍게 사진을 찍으러 나갔으면 좋을 법한 곳이었어. 소로를 따라 걷다가 대략 정독 도서관에서 큰 길로 나오면 편하다.
여기서 잠깐, 전시 정보.
Sandy Skoglund 개인전
전시 작가 : Sandy Skoglund
전시 일시 : 20071206~20080203 매주 월요일 휴관. 10:00~18:00
전시 장소 : 공근혜갤러리
입장료 : 3000원
오는 길 : 2호선 안국역 1번 출구 → 정독 도서관 옆길에서 삼청파출소까지 직진 → 맞은편 의상실 바로 옆 골목으로 직진 → 골목 끝 우측 1층

A가 공근혜 갤러리. / 출처 : Naver Map
이왕 잠깐- 한 김에 Sandy Skoglund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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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active Cats>, Sandy Skoglund 1981
내가 알기로는 Sandy Skoglund가 이 사진으로도 많이 알려졌는데. 국내에서 발간된 현대사진에 대해 다룬 책이 이 사진을 표지로 썼었지. Sandy Skoglund는 메이킹 포토그래피 making photography 를 주도한 대표적인 여류작가로 알려져있다. 이 사람의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추구한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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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티켓을 팔 법 했지만, 전시장이 작아서 그런건지 티켓 만들 값을 아껴 입장료를 낮춘건지는 몰라도 그러지 않았다. 전시회 티켓 모으는게 내 소소한 재미인데. 흑. 그냥 입구에서 현찰로 내고 들어갔다. 이 전시회는 특이하게도 핸드아웃을 나눠줬다. 전시장의 구조와 작품 이름이 실려있고 몇몇 작품에 대해서는 큐레이터의 간단한 해설이 담겨있었다. 아마도 작가에 대해 잘 모르고 온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부터 해설을 보고 사진을 보면 재미없겠지만, 충분히 감상한 후에 다른 사람의 해설을 읽어보는건 나름 재미있었다.
관람순서대로 간단 평을 해보겠다. 사진을 걸면 저작권에 의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두려움에 차마 걸진 못하겠고... Sandy Skoglund의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작은 크기로나마 볼 수 있으니1 관심있는 사람은 확인하길 바란다. 설명하기 전에 언급해야 할 사실. 인터넷 화면로는 작품의 감동을 느끼기에 너무나 부족하다는거. :)
1. A Breeze at Work (1987) color photograph ; approx. image area 38"H X 54"L
처음엔 사진인가 그림인가 했다. 작품해설을 따르면, 촬영물을 재촬영하여 (필요하면 반복하고) 사진의 윤곽을 부드럽게 흐려지도록 만들고 색을 입혔다고 한다. 이런 방식을 Skoglund는 True Fiction 이라고 불렀고, 2004년 포토샵을 이용해 윤곽선, 색조 등을 다시 조율하여 만들어낸 것을 True Fiction Two라고 부른다. 실제로 작품 우하단을 자세히 보면 연도가 2개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설하고. 사진을 보고 난 현대인의 삭막해지는 인간관계에 대해 나타내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의 모습이 황량하다시피 한 앙상한 나뭇가지로 묘사하고, 낙엽조차도 냉정한 푸른 색으로 물들게 되었으니깐. 근데.. 제목은 a breeze 라고 하네. 반어법일까, 아니면 다른 관점으로 봐야할까.
2. Blue Bulb (1986, 2004)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14"H X 22.5"L
작품 제목을 보기 전엔 전구가 아니라 감시카메라일거라 추측했다. 주황색으로 밝게 칠해진 사람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차가운 푸른 벽은 그를 가둔 느낌을 들게 했기에... 하지만 그냥 전구였네. 근데 작가도 시선이 전구 쪽으로 모이게 될 줄 알았나보다. ㅎㅎ
3. Sound of Food (1986, 2004)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14"H X 27"L
이 사진을 본 순간, 무릎을 탁 치고 싶었다. 프레임 안의 긴장감을 이렇게 재미있게 조율할 수 있다니! 옷차림을 보아하니 아가씨 같은 사람이 들고 있는 bowl에 다른 구성체의 긴장들이 집중된다. 고양이도, 귀기울이는 사람도,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도 모두 bowl을 바라보진 않는다. 정면을 보거나 시선이 나오진 않아 단순하게 보면 bowl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고양이와 여성 둘 다 bowl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 또한 화면 저 편의 사람은 bowl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으며 다가가고. 그렇게 모두의 긴장(시선, 아니, 청선聽線 이라고 해야하나.)이 집중되지만 막상 bowl을 든 사람은 자신이 들고 있는 bowl, food에 관심이 없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
4. Cookies on a plate (1987)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22"H X 27 1/2"L
수직 교차하는 직선으로 이루어지고 색상을 다뤘다는 점에서는 몬드리안을 떠올리게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좀 '비약'을 무시할 수 없는 추측이리라. 이 사진을 보고도 꽤나 즐거웠다. 선을 이용한 패턴이 테이블 보부터 접시, 쿠키까지 변형은 있지만 주제를 관통한다. 게다가 패턴에 변형을 주면서도 화면 전체를 사등분하는 라인만은(중앙 수평선, 수직선)은 절묘하게 일치하게 배열했다. 그랬기 때문에 테이블 보는 테이블 보, 접시는 접시, 쿠키는 쿠키일 뿐이데도 패턴을 통해 그들 요소들 사이에 동질감, 일체감을 부여할 수 있었다.
5. Orange on A Box (1978)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22"H X 28"L
긴장감! 이 사진을 보고 느낀점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잠시 한 눈을 팔면 떨어져버릴 것 같은 긴장감을 찰나에 잡아놓은 듯한 느낌이다. 2차원 패턴이 없었다면, 저렇게 쏟아질 듯한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발 끝이 간질간질할 정도로 아찔했던건 분명 패턴이 만들어낸 효과일거다. 이건 마치, 나가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쏟아지는 지하철 역사 안에 서 있을 때의 느낌같아.
6. Revenge of The Goldfish (1981)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27 1/2"H X 35"L

<Revenge of Goldfish> Sandy Skoglund, 1981
이 전시회의 타이틀인 금붕어의 복수Revenge of The Goldfish! 미국의 주간지 <라이프>의 연감에 실린 사진이기도 하다.
사진은 바다 속 같았다.2 마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나오던 모텔에서 나왔던 장면처럼... 그 한가운데엔 사춘기에 들었을 법한 나이의 소년이 침대에 걸터앉아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고민을 들어줄 존재는 없다. 옆에는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누워있지만 깊이 잠들어 있고, 그를 둘러싼 금붕어와 교감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진 않는다. 사춘기 특유의 고독함은 남들이 도와줄 수 없는 것처럼, 소년은 심연(深淵)으로 스스로 빠져들었다. 화면 전반의 blue는 나의 느낌을 그런 방향으로 끌고갔다.
....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작품명을 보니 금붕어의 복수랜다. 왜 그럴까..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대다수의 물고기는 저 소년에게 관심 없어 보이는데. ^^a
7. Accessories (1979)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27"H X 34"L
가정집의 모습을 띤 공간에서 한 여성은 전화를 받고 있느라 분주하다. 휴지와 가방, 의자와 와이셔츠같은 소품이 난잡하게 흩어져있지만 그러한 소품때문에 이 공간이 어지러운 것은 아니다. 온 사방에 원색이 나열된 접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 원색은 여성의 옷 색과 동일하다. 같은 패턴이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단 것은, 그러한 액세서리에 대한 욕망 또한 가득 찼다고 볼 수 있을까.
8. Picnic on Wine (2003)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42"H x 52"L
이질적이다. 초록 잔디 위에 앉아 와인 글래스를 들고 마시는 상식에서 벗어나 와인 글래스 위에 잔디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있다. 이번 전시작 중에서 공감이 잘 안되는 작품 중 하나. 구성체의 시선들이 모두 엇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음.
9. The Wedding (1994)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38"H X 48"L

<The Wedding> Sandy Skoglund, 1994
이히 :) 내가 이번 전시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참 곱씹어 볼 사진이야. 사진의 테마는 빨강. 사랑, 열정 등을 상징한다. 그 속에서 두 남녀가 결혼을 한다. 사랑을 대표하는 꽃은 역시 장미. 이 사진에도 장미가 가득하다. 하지만, 장미의 느낌이 심상치않다. 금속의 느낌이 나고 아름다운 곡선으로 느껴질 꽃잎은 날카롭게만 느껴진다. 스치면 베일것 같은 예리함. 그런 장미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저 여성은 남성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섬뜩한 장미를 밟지 않으려고 매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말하지만, 결혼이란건 "가시밭길" 이라는 것을 내포하기에 이런 표현을 했을까? 게다가 재미있는건- 결혼 케익 맨 아래는 이미 조각나서 갈라져있다. 이는 남녀가 가지게 되는 근본적인 갈등을 의미한 게 아닐까.
10. Breathing Glass (2000)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39"H x 52 1/2"L
뒤집고 또 뒤집고.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유리 인간이다. 그들이 바로 서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허공을 딛고 바닥을 이고 있다. 그들이 이고 있는 바닥에 사람이 서 있지만 그들의 동작은 바닥이 바닥이 아니라고 의심하는듯 보인다. 하지만 작은 사람 모형 (유리라고 추정됨)은 여전히 바닥위에 서서 존재하며 잠자리 (역시 유리라고 추정됨) 또한 공간을 메우고 있다. 구운몽의 꿈 속의 꿈 처럼 윤환되는 세계를 나타내려는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11. Raining Popcorn (2001)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39"H x 49 1/2"L
Picnic on Wine과 비견할 정도로 별 생각 없이 봤던 작품. 팝콘이 눈같아서 참 포근했어.
12. The Green House (1990)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46 1/4" X 59 1/4"
도시 문명의 찌든 때를 벗기 위해 산이나 계곡, 바다를 찾아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거꾸로, 자연을 우리에게 끌고 왔다. 아티팩트인 의자, 벽, 조명 모두가 자연의 푸르름과 동화가 되었고, 개들도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친환경적인 삶을 화두로 꺼낸 사진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이 작품에 사용한 개의 모형을 전시해서 이색적이었다.
13. The Invisible Web (1986)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26 1/2" X 38"
사실 그림만 보고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겠기에 제목을 봤다. 아하. 구 미디어의 한계(자동차)에 제한되던 정보들이 정보화시대(웹)가 되자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이야기일까. '주체할 수 없는 양'의 정보는 구 미디어의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놀라는구나.
...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까 제작연도가 86년이네. 이때 지금 내가 말한 웹이라는 개념이 있었을까? 헛다리..--;
14. Sock Situation (1986) color photograph; approx. image area 21 1/4" X 37 1/2"
이 사진은 입장료를 내는 자리에서 보이는 그림이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돌아볼만한 위치에 있다. 녹색과 붉은 양말의 조화를 봐서는 분명 크리스마스를 암시하는 것이리라. 예전에는 소망과 희망을 가지고 빨갛고 큰 산타할아버지 양말을 걸어놓았는데, 이 사진 안에서는 그냥 일반 양말을 성의없이, 덕지덕지 온 사방에 걸어놓았다. 꿈과 낭만이 사라졌으면서도 선물 받기를 바라며, 그것도 끝없는 욕심 때문에 저렇게 많이 널어놓은 것일까- 란 생각이 들었다. Sock Situation- 그래도 난 1980년대 나름 순수하게 보냈는데. :$
사진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고 무엇을 의도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제목을 보아하니 내가 느낀 방향과 다른 사진들도 여럿 있었다. 작가의 의도를 다 파악하지 못한건 아쉽지만, 작품을 보면서 난 충분히 공상의 시간을 가지며 '즐겼기' 때문에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Sandy Skoglund- 요모조모 생각해 볼 구성을 많이 주는 멋진 작가를 알게 되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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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방 나왔네 ㅎㅎ
나는 오늘 이사 마치고.. 집에와서 짐 정리하는데
책이 너무 많다 ;ㅁ; 막막해 ㅋ
ㅋㅋ 칼라네가면 근처에 현상소가 있으니 금방 얻지. :$
이제는 그 방이 사라졌구나... 나의 아지트였는데. 흑 ㅜㅜ
일하느라 힘들었겠어- :)
희창이 홈피에선 춥고 귀찮아서 사진을 많이 안찍었다고 읽었는데 꽤 많이 찍었네 ㅋ
ㅋㅋ 하지만 이게 다라는거~ 날씨만 좀 더 좋았음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