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토요일 새벽에 전화가 걸려왔다.

2.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잠결에 받은 아빠의 전화를 꿈에서의 일로 착각하는것도 무리가 아니었지.. 장례식장은 서울 아산 병원. 편찮으신건 알았지만, 돌아가셨다니- 너무 뜻밖이었다. 결국 새벽잠을 설치다가 늦게 일어나버렸다. 해야할 일들을 간단히 정리한다고 했는데도 차에 오르니 세시를 넘겨버렸다.

3.
  장례식장에 도착한 건 밤 아홉시 쯤이었다. 33호를 들어서니 너무나 반가운 외가 식구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나, 이모, 숙모, 외삼촌....  정말 오랜만이다. 아마 3년 전 민경누나 결혼식 때 보고 처음인가보다. 그때도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4년만에 만났던 것 같은데.. 기쁜 일로 만난게 아니라 가슴 한 켠이 아파왔다. 인사를 가볍게 나누고나서, 아빠와 함께 외할아버지의 영정 앞으로 다가갔다.
  영정은- 많이 보던 사진이었다. 순천집엘 가면 낡은 비디오 재생기 위에 얹어져있던 외할아버지의 사진1... 익숙함이 찾아오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더욱 더 낯설어지기만 했다. 게다가 상례(喪禮)에 밝지도 않아서, 외할아버지께 한 잔의 술을 어설픈 손놀림으로 올리게 되었다. 재배(再拜)를 하고 물러나서 식구들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갑자기 돌아가실만큼 편찮으시진 않으셨는데..

4.
  혈전때문에 생긴 심장마비가 원인이었단다. 심장마비였기때문에... 아무도 외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안성에서 가족한테 연락이 온 게 세시 반 쯤이었고, 가족들이 도착하기 전에 외할아버지는 하늘로 돌아가셨다. 대전, 그리고 서울에서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한 시간은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기 때문에, 엄마는 마음아파하셨다. 그리고, 가족 가운데 누구보다도 슬퍼하실 수 밖에 없었다. 수요일 - 그러니까, 돌아가시기 3일 전 - , 엄마는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셨단다. 외할아버지를 만나고 이제 집으로 돌아올려고 하는데, 외할아버지가 자꾸 '가지 마'라면서 붙잡으셨다는거다. 요양원 침대는 보조침대도 없어서 '어디서 자고 가요, 가봐야해요' 라고 말했더니 자신의 자리 옆에 누워서 자고 가라고 하셨단다. 그걸,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하시면서 붙잡는 외할아버지를 떼어내고 집에 돌아오셨단다. 그게 외할아버지와 함께 한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렇게 가지 말라고 하셨던게 돌아가실 걸 예감하셨던 걸까- 마지막이란 걸 알았으면 돌아오지 않았을텐데,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라면서 눈물짓는 엄마를 보고 있으니 너무나, 너무나 슬펐다...

자식은 언제나 후회하게 되나보다.

5.
  느낀 것도, 생각한것도, 그리고 배운 것들도 너무나 많다. 4일이 길다고 느끼진 않았지만 지난 4일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려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다. 시간 순으로 정렬 할 수도 없고 논리의 흐름으로 정리할 수도 없다. 음- 할 수 없는건 아니지. 하기 싫다.  어떤 장면은 사진으로 찍고 싶지 않을 때처럼- 지금은 글로 쓰고 싶지 않은가보다.

그냥- 삶과 죽음, 그리고 인연이 신비로울 뿐이다. 외할머니는 2000년 11월 5일에 돌아가셨다. 외할아버지는 2007년 11월 3일 새벽에 돌아가셨다. 음력으로 따지면 딱 2주 차이다. 외할머니가 정말 보고싶으셨나봐-


 6.
  외할아버지, 사랑해요.



  1. 나중에 엄마가 말해주셨는데, 정년퇴직하고 나서 바로 찍은 사진이란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영정을 따로 준비하지 못하고 그 사진을 썼는데, 한 번 사용한 영정을 바꿀 수도 없고 해서 그대로 모셨다고 하셨다. [Back]
2007/11/09 11:58 2007/11/0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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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ya  2007/11/15 1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할머니는 2000년이다.
    건강하고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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